지난주부터 99년생과 일하고 있다. 전략기획 인턴 황준영님이다. 지금까지 같이 일해본 최연소 팀원이 95년생이었는데, 드디어 Z세대에 속하는 팀원을 만나게 된 것이다.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직장인들의 세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에는 인상적인 도표가 등장한다. 기성세대는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내 몸값을 두고 계약하는 상대로 회사를 바라본다면, Z세대는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곧 다가올 미래라면 빨리 경험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대학 2학년이 발품을 팔아 일을 또래보다 빨리 시작한 것이 신기했다. 어떤 연유가 있는지 물어보니 학교의 영향이 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준영님은 미네르바 스쿨이라는 낯선 이름의 대학을 다닌다. 2014년 개교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대학이고, 오프라인 강의실이 없다. 매 학기 전 세계 일곱 도시를 이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기업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중요한 커리큘럼이다.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교수의 강의를 듣는 전통적 대학 교육 방식에 반기를 든 모델이고, 하버드 대학보다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준영님은 2018년 가을 입학생 160여 명 중 한 명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직업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진 대학이라면 신입생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잠시 생각해 보세요!) 1학년은 모두 공통 과정을 듣는데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생각하기'와 '글쓰기'라고 한다. 익숙지 않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다 보니 '토론하기'를 익히는 것도 자연스럽다. 1학년부터 이력서 작성과 취업 인터뷰 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2학년이 되면 커리어 코치가 배정된다. 커리어 코치 1명당 학생 30~40명을 상대하면서, 개개인이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인턴 기회를 연결해 주면서 커리어에 대한 상담도 진지하게 나눈
재밌는 건, 커리어 코치와의 대화 주제가 '어떤 직장'이 아니라 '어떤 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준영님 역시 인턴을 구할 때, 회사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이 있는 업무 분야인 '전략기획'에 초점을 두고 지원했다. 어릴 때부터 당장 눈앞의 시험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는데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유일한 방법이 정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2년 동안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고 영향력을 끼칠 방법도 정치 외에 다양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지금 그의 전공은 경제학과 데이터 사이언스다.
그에게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배움의 과정이라고 한다. 빤하게 들릴지라도 이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배움의 과정을 부여하지 못하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인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문장에 담겨 있는 의미는 조직의 이름값보다 내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세대가 일자리 시장에 대거 진입한다는 것으로 나에겐 들린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세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도 기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때문에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대학들은 정체성에 휘청이고 대기업 공채가 폐지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결국 회피가 아니라 정면으로 변화를 응시하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난주부터 99년생과 일하고 있다. 전략기획 인턴 황준영님이다. 지금까지 같이 일해본 최연소 팀원이 95년생이었는데, 드디어 Z세대에 속하는 팀원을 만나게 된 것이다.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직장인들의 세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에는 인상적인 도표가 등장한다. 기성세대는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내 몸값을 두고 계약하는 상대로 회사를 바라본다면, Z세대는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곧 다가올 미래라면 빨리 경험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대학 2학년이 발품을 팔아 일을 또래보다 빨리 시작한 것이 신기했다. 어떤 연유가 있는지 물어보니 학교의 영향이 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준영님은 미네르바 스쿨이라는 낯선 이름의 대학을 다닌다. 2014년 개교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대학이고, 오프라인 강의실이 없다. 매 학기 전 세계 일곱 도시를 이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기업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중요한 커리큘럼이다.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교수의 강의를 듣는 전통적 대학 교육 방식에 반기를 든 모델이고, 하버드 대학보다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준영님은 2018년 가을 입학생 160여 명 중 한 명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직업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진 대학이라면 신입생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잠시 생각해 보세요!) 1학년은 모두 공통 과정을 듣는데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생각하기'와 '글쓰기'라고 한다. 익숙지 않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다 보니 '토론하기'를 익히는 것도 자연스럽다. 1학년부터 이력서 작성과 취업 인터뷰 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2학년이 되면 커리어 코치가 배정된다. 커리어 코치 1명당 학생 30~40명을 상대하면서, 개개인이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인턴 기회를 연결해 주면서 커리어에 대한 상담도 진지하게 나눈
그에게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배움의 과정이라고 한다. 빤하게 들릴지라도 이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배움의 과정을 부여하지 못하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인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문장에 담겨 있는 의미는 조직의 이름값보다 내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세대가 일자리 시장에 대거 진입한다는 것으로 나에겐 들린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세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도 기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때문에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대학들은 정체성에 휘청이고 대기업 공채가 폐지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결국 회피가 아니라 정면으로 변화를 응시하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